2025년 3월의 어느날
3/27(Thursday). 파리에 부친 편지
전날 꽤나 과음을 한 듯 하다. 이제는 맥주 2캔 정도면 취기가 많이 오른다. 목요일 아침에는 본가에서 눈을 뜬다. 엄마는 항상 내게 예쁘 정성 가득한 음식을 차려주시는 것을 좋아하셨고 오늘도 그런 아침이었다. 오늘 아침은 오픈버섯샌드위치, 가지리조또, 오렌지샐러드, 무생채와 로제찜닭, 아침에 갓 지은 흑미밥. 다양한 음식을 엄마랑 먹으니 위와 마음에 포만감이 크게 느껴졌다.
요즘(요즘이라고 말하기도 이제는 머쓱하지만...) 살이 많이 찐 나를 집중마크하는 엄마의 눈길을 피해서 몰래 찜닭의 당면을 더 먹었고 역시나 배가 무척 불러 점심과 저녁을 건너뛰었다.
나는 머리를 땋는 걸 좋아하지만 잘 하는 것 같지는 않다. 어딘가 엉성해서 자꾸 머리가 풀리는데 엄마가 내 머리를 보고 이게 뭐냐며 단정하고 짱짱하게 묶어주셨다. 어디를 갈지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당산에 있는 @모닝캄커피랩에서 단호박바스크치즈케익과 커피를 마셨다. 엄마와 카페는 즐거워(◜o◝)︎︎︎✌︎
3시에는 카페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고 4시에는 신도림에서 재활치료를 받았다. 신도림에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3시 20분쯤?. 날이 따뜻하고 해가 떠서 계단이 펼쳐진 공원에 앉아 장윤주의 '파리에 부친 편지'를 들으면서 책을 읽었다. 작년에 세영과 파리•런던 여행을 하면서 세영이가 알려준 노래인데, 마침 내가 들고 온 빨간에코백도 세영이가 선물로 준 거고, 아이폰 갤러리 속 추천사진에도 세영이와의 시간이다. 내 일상 곳곳에 좋아하는 친구의 흔적과 연결고리가 있다는게, 그리고 맞은 편에 핀 목련이 반가웠다. 봄이 또 왔고, 작년 봄과는 다른 시간으로 보내는 2025년이 두근거린다.


엄마는 내게 자꾸 살을 빼라고 잔소리를 하고 2호선 지하철에서 나는 엄마한테 짜증난다고 말했다. 엄마랑 헤어지고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사실 나는 그걸 좋아하는 것 같다. 엄마의 사랑표현이고 내가 느끼는 최고의 사랑은 엄마,아빠, 그리고 태태인 걸. 태태는 정말 귀여운 고냥이인게 오랜만에 집에 갔는데도 나랑 술래잡기를 하고 가만히 서있는 내 다리에 꼬리를 쓸고 몸을 부비고 간다. 내가 살면서 느낄 마음 간질거리고 순수하고 깨끗한 애정이 우리 태태일거야. 사랑해 고양아 (너는 알까 내가 널 많이 사랑하는)
그리고 오늘은 생각을 많이 한 날이다. 무엇이 되었든 내 판단 하에 생각하기(하지만 편협한 사람이 되지 말기). 2년은 짧고 빠를 거고 댓가는 클 것이라는 걸.
♬: 장윤주-파리에 부친 편지